동행(마가복음 8장)

8장은 예수님이 1장1절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라는 전제를 결정적으로 가지고 시작해야한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고 그리스도라는 고백을 해야만 한다. 그런 후 우리가 고백한 그리스도가 어떤 그리스도인가 돌아보며 그리스도에 대한 본질적 정의를 받아들이고 그 바탕위에 바른 제자도를 발전시키는 이해와 삶을 요구받게 된다. 이 불합리하게 보이는 논리는 매우 성경적이다.

31절에서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그들에게 가르치시되”

예수님의 지속적인 경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라는 스스로에 대한 비밀모드는 이 본문에서 오픈모드로 전환된다. 이제 본인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제자들에게 가르치는데 인자, 그리스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표현되었다. 진리가 밝혀지면 놀라운 일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베드로에게는 아주 개인적이고 사랑하는 제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베드로를 포함한 제자들은 예수님과의 만남에서 그들이 알고 기대하는 메시아를 분명 만났다. 하지만 삶에 동행하는 예수님을 알아가기 보다는 각자가 소망하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소유하고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신념은 예수님의 지속적인 가르침이나 꾸짖음에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그리스도가 반드시

1. 고난을 받아야한다.

2. 중심부로부터 버림받는다.

3. 십자가에서 죽어야한다

4. 사흘 만에 부활해야한다고 말했지만

제자들이 기대하고 만든 그리스도는 영광중에 나타나 로마군을 쳐부수고 이방인들을 몰아내며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제자들은 새로운 권세아래 중심부로써 한자리씩 차지해야 하는 것이다. 또 수많은 병자들을 고치고 죽은 사람도 살리고 수천 명을 먹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버려져 죽어야 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제자들이 바라는 지도자는 반드시 승리하는 지도자 그들이 사는 세상 또한 그것이 당연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들이 예수님을 따라야하는가 비난받고 범죄자나 죄인처럼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야하는 실패한 지도자를 따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현실과 제시된 진리는 반드시 갈등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이 갈등이 가시기도 전에 예수님은

34절에서”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라고 선포한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나 권력자의 선례를 따라 세상의 영광을 누리려면 우리는 자기 가치를 높이는 일에 충실해야하고 성공신화를 만들어 우상화되는 현실적인 방법을 구상하고 추구해야한다. 그런데 나를 부인하고 나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라니 너무 어이없지 않은가.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이런 갈등적인 요소의 진행속도이다. 그리스도가 반드시 죽어야 하거나 제자로서 그 십자가를 지는 것에 제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되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와 동행하는 것은 제시된 진리를 깨닫는 것에 선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의든 타의든 예수님과 함께 예견되는 고난의 길에 동참해야한다.

베드로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내 생각과 다르면 예수님을 따로 불러 따지고(32절) 내 논리를 더욱 내세우는 이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이런 갈등에 익숙해져있다. 그리고 제시된 진리를 깨닫기도 전에 닥치는 현실을 피하지도 못할 때가 많다. 이 현실에서 갈등하고 비난받는 반복 속에 살지만 꾸준히 예수님과 길을 가다보면 어느 순간에 내가 그 십자가의 자리에 서 있음을 깨닫는 때가 올 것이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 논리나 신념이 깨지는 두려움 말이다.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따른다면 때로는 예수님이 우리를 꾸짖겠지만 끝까지 사랑하여 우리의 긴 여정에 항상 동행할 것이다.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Scroll to Top